인천방송의 이지메?
지난 4월 1일인가 '거짓말처럼' 박찬호의 중계권을 인천방송이 따냈다는 보도를 접했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솔직히 얼마나 주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 합쳐서 200만달러 이하라는 관계자의 인터뷰만 나왔다.
그러나 그날 저녁, (난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공중파 3개사는 메인 뉴스 시간에 경쟁적으로 인천방송을 공개 비난하는 뉴스를 내보냈다고 한다. 뻔하다. 외화의 낭비를 막을라고 합동으로 협상하는데, 뒤통수를 쳤다. 국민정서에 안맞는 행동이다. 기타 등등... 안봐도 뻔한 내용이다.
 
인천방송이 잘했든 못했든 그것은 더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방송3사가 갖고 있는 근거없는 오만함은 분명 지적되어야 할 것이고, 고쳐져야 한다.
그나마 방송3사 중 SBS는 인천방송과 다를 게 없는 지역민방이다. 단지 그 대상지역이 서울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지역방송사들과 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스운 일이다. 방송사의 품격은 높게 잡고 프로그램은 상업방송이니까 달라야 하고... 그렇게 자기들 편한 대로 생각하면 되는가?
 
KBS는 국영방송이다. 말은 세금은 아니지만, 시청료가 세금이랑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그들은 항상 '국민의 방송'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언제 국민을 대변한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박찬호의 중계권도 그렇다. KBS는 3사의 대표로 협상을 했다고 하는데, 30만불과 300만불은 엄청난 차이다.
'작년 수준 이상은 안된다.'
난 그것이 협상의 자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300만불 자체는 우리에게 힘든 액수고 납득하기 어려운 액수다. 그렇다면 깍아 내리던지 그만큼의 이익을 더 챙기든지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작년과 같은 수준을 고집한다는 것은 시쳇말로 그냥 줏어먹으려는 심보다. 왜? 그들에게는 경쟁자가 없으니까. 그들이 아니면 안되는 것이니까!
 
그렇다 그들은 언제나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한다. 방송 한번이면 국민의 정서가 바뀐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못하면 아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뉴스도 조작한다. 길거리에서 어떻게 말해달라고 하던지 수백명을 인터뷰해서 그중 맘에 드는 두사람만을 보여주면서 '이게 국민의목소리'라고 떠벌린다. 그들에게는 동료의식이 없다. 필요하면 합동이니 떠들고 돌아서면 서로 물고 뜯고 난리다. 그들에게 공정 경쟁은 없다.
 
난 인천방송의 이번 일을 일단은 두손들고 환영한다.
이번일은 방송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작은 방송국이라도 그들만의 시각과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즐길 수 있는 자세가 될 것이다. 어느 한쪽에서 버려진 것이라도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각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강제로 원하지도 않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0여개의 방송국이 존재한다. 케이블 텔레비젼의 SO까지 합치면 무수히 많다. 이 작은 나라에서 그것은 낭비다. 그러나 잘만 이용하면 나름대로 풍부하고 다양성과 공정성에 많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가능성은 갖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새로 일어난 작은 방송국들에게 처음부터 공정 경쟁은 주어지지 않았다. 이미 거대해진 자들에게 작은 것들은 아주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만에 하나 있을 사태에 대비해 철저하게 짓밟았다. 케이블 텔레비젼의 가입자가 줄고 있다. 프로그램의 질이 낮다. 등등... 그러는 그들의 의도는 하나다. 독점이다.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쉽게 믿고 속아 넘어가는 우리들의 잘못도 크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오만하고 두눈뜨고 봐주기 힘들만큼 착각이 심하다.
시청자들의 소리라고 말하지만 실상 그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경쟁은 발전을 낳는다. 요즘의 PCS가 과다경쟁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은 좋은 서비스를 받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기회가 많아졌다.
방송에서의 경쟁은 다양한 시각과 소리다.
그러나 우리는 거대한 방송 3사의 횡포로 그만큼의 경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그들끼리는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은 똑같다.
 
후우... 난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는 세상을 기대한다.
 
몇가지 후담들)
1.오늘 뉴스에서 지난새벽의 박찬호 중계는 무산되었다고 한다. 문화광광부의 허가가 안났단다.
만일 같은 금액에 KBS가 계약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KBS가 계약을 했다면 어떤 보도가 났을까?
많은 국민들이 기뻐하고 과감한 결단이었다고, 환영한다고 그런 내용이 아니었을까? 해도 너무한다.
밤을 지새운 사람들의 표정은 어떠했을까?
 
2.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박찬호의 경기를 보겠다고 인천방송이 나오는 곳의 친구집에 가서 잔다고 한다. 그를 욕할 수 있을까? 분명 박찬호의 경기를 제법 많은 외화를 들여 국내에 방송하는 것이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박찬호의 경기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작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작년에는 온 국민이 박찬호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국민은 똑같이 움직이는가?